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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2016) 리뷰

by 아기사과 2020. 12. 25.

이런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1. 배트맨과 슈퍼맨이 맞장뜨는 게 보고 싶다
2. 배트맨과 슈퍼맨과 원더우먼이 편먹고 싸우는 게 보고 싶다

1번을 원한다면 크게 만족하지는 못할 것이다. 슈퍼맨이 배트맨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얻어맞기 때문이다.

2번을 원한다면 그럭저럭 만족할 만하다. 세 히어로가 둠스데이를 상대하는 전투신이 꽤 괜찮게 뽑혔다. 다만 둠스데이라는 빌런이 가진 파괴력에 비해 연출이 아쉽다는 점은 눈감아주어야 한다.

Warning!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는 배트맨과 슈퍼맨이 치고받고 싸우는 액션이 아니다. 마블의 '캡틴아메리카: 시빌 워'처럼 사람들 간의 이념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배트맨 대 슈퍼맨, 이하 배대슈의 주제가 된다. 슈퍼맨이라는 신적인 존재에 대해 입장 차이가 생기고 그 틈을 파고든 빌런이 사태를 키우는 것이 골자이다.

빌런의 조작으로 만들어진 의도적인 갈등이라 해도 슈퍼맨의 능력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은 실재한다. 그들은 세상에서 가장 강한 힘을 가진 개인의 독단적인 행위를 방조하는 것이 전인류적 관점에서 정당한가 의문을 던진다. 그런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는 배트맨도 포함된다.

관전 포인트

#1. 슈퍼맨과 로이스

우선 헨리 카빌이 슈퍼맨 역에 무척 어울린다. 외모에 대한 감상은 주관적이지만 코믹스판 슈퍼맨의 역삼각형 바디를 3D로 재현한 듯한 싱크로율은 부인할 수 없다.

클락과 로이스의 투샷에서는 로맨스 영화로 장르가 바뀌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이 첨벙 넘치는 두 사람의 욕조신은 내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

영화의 주제와 관련해서 자신의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슈퍼맨은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보였다.

#2. 밴 에플렉의 배트맨

밴 에플렉이 배트맨 역에 어울릴까 궁금했는데 생각 외로 잘 어울렸다. 과거 데어데블에서 보여주었듯이 밴 에플렉은 가면이 잘 어울리는 하관을 가졌다. 190cm가 넘는 체구는 박쥐 슈트도 멋지게 소화해낸다.

한편 이 영화에서는 슈트를 벗은 브루스 웨인이 자신의 부를 플렉스 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서 다소 아쉬웠다.

#3. Is She Still With You? 원더우먼!

코스튬을 입은 원더우먼이 테마음악과 함께 등장했을 때의 짜릿함이란.

#4. 유려한 영상미, 그리고

배대슈는 시네마틱이라는 수식에 걸맞게 유려한 영상미와 사운드트랙을 선보인다. 배트맨의 과거를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메트로폴리스가 파괴되는 시퀀스까지는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이 멋들어진다.

배우들의 캐릭터 싱크로율은 말할 것도 없다.

영화 속 코스튬 역시 매우 뛰어난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 중간에 잠깐 나온 플래시를 포함한 모든 히어로들의 완성도 높은 코스튬 퀄리티가 영화에 대한 몰입감을 높여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 설명의 부족

이 영화는 서사를 주인공들의 입을 빌려 직접 설명하기보다 보여주기를 택하고 있다. 지나치다 싶은 생략으로 인해 DC 팬이 아니라면 눈에 보여도 이해하기 어려운 떡밥들이 제법 있는 편이다. 그래서 스토리에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그 유명한 '마사'신에서는 구구절절한 설명은 안 해도 좋으니, 조금만 더 세련되게 흐름이 이어지도록 했다면 많은 공감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2. '너드'가 된 '빌런'

빌런으로서 행적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렉스 루터라는 캐릭터 자체에 위협적인 무드가 부족했던 것 같다. 차라리 얄밉기라도 하면 모를까, 영화 속 렉스는 '부모로부터 학대받은 과거를 가진 너드'라는 느낌이 주를 이루었다.

끝으로

일반 관객으로서 배대슈를 보고 다른 DCEU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배대슈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미리 접하고 봐서 그런지 그다지 실망도 없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마음에 드는데 앞으로 DC 영화에서는 뵙기 어려울 듯한 눈치라서 아쉽기도 하다.

원더우먼 1984가 VOD로 나오기 전까지 차근차근 시리즈를 정주행 해보려고 한다. 먼저 DC 히어로들이 본격적으로 팀업을 이루는 '저스티스 리그'를 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배트맨 대 슈퍼맨을 볼 거라면 필히 30분 추가된 '감독판'으로 보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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