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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는 영화 원더우먼(2017) 리뷰

by 아기사과 2020. 12. 23.

마블 팬이었던 내가 DC에 푹 빠지게 될 줄이야. 비슷한 패턴의 캐치한 히어로물에 피로감이 쌓였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아니면 원더우먼을 보고 기대감이 생겼는지도 모를 일이다. 원더우먼(2017)은 DC의 클래식한 작법을 따르면서도 시대 흐름을 적절하게 반영한 영화이다.

여성 히어로물의 공식을 정립하다

#1. 주체적인 여자 주인공

원더우먼, 다이애나는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여성 캐릭터가 아니다. 세상의 모든 언어를 구사할 수 있고 백과사전급의 지식을 가지고 있지만, 인간 세상은 처음인 다이애나. 영화 내내 그녀는 아레스로부터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주체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후반부에 들어서 그 신념이 흔들리는 순간에도 다이애나는 '강인한 주인공이 가치관의 혼란을 극복하는' DC 히어로의 공식에 맞게 마침내 사랑의 힘으로 세상을 구하는 데 성공한다. 북미에서 4억 달러가 넘는 극장 수입을 벌어들였다는 기록은 이러한 그녀의 매력이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았다는 증거가 된다.

#2.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러브라인

사랑을 주요 테마로 하는 원더우먼(2017)에서 다이애나와 스티브의 로맨스는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다. 패티 젠킨스 감독은 여성 캐릭터를 단순히 '정복되어야 할 대상'으로 소모시키지 않았다. 영화 속 두 남녀는 각자의 위치에서 사랑과 이해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는 이상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스티브는 다이애나가 진정한 원더우먼으로 거듭날 수 있게 돕는 조력자이자 그녀의 연인이다. 전쟁이 끝난 뒤의 삶을 궁금해 하는 다이애나에게 그는 사랑하는 남녀가 아이를 낳고 함께 나이 먹어가는 평범한 인생을 이야기해주었다. 어쩌면 두 사람 모두 불가능한 미래라는 것을 알면서 희망을 가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다이애나에게 사랑을 알려주고 떠난 스티브는 그녀의 기억 속에 영원한 첫사랑으로 각인될 것이다.

사랑만이 세상을 구한다

다이애나의 어머니 히폴리타는 다이애나가 인류에게 과분하다고 했다. 독일군 참호 기지에 혼자 돌진하는 다이애나를 보면 그 말이 이해가 된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총알과 포환을 뚫고 달리는 장면에서 인류를 향한 순수한 사명감이 느껴졌다.

다이애나는 아레스라고 믿은 루덴도르프를 처단해도 전쟁이 끝나지 않자 인간 본성의 악함을 깨닫고 깊은 절망에 빠진다. 그러나 스티브의 희생으로 인해 진리를 마주하게 된다. 바로 인간은 이타심으로써 악을 극복해나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때문에 더욱 숭고하게 느껴지는 힘. 다이애나의 말을 빌리자면, 다시 말해 오직 사랑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다. 사랑의 힘으로 정의를 수호하는 원더우먼, 다이애나의 에피소드는 속편 원더우먼 1984로 이어진다.

원더우먼 1984

2020년 12월 23일, 원더우먼 1984가 국내 개봉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1984년으로 훌쩍 시간을 뛰어넘어 미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냉전 체제에서 다이애나의 활약상을 풀어낼 것으로 보인다. 전작의 패티 젠킨스 감독, 갤 가돗 그리고 크리스 파인이 다시 뭉쳤다. 속편에서는 과연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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